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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슬란드의 '연어 손으로 잡기 대회'

by 정보주머니1 2025. 7. 1.

북극 바람 속 맨손으로 – 아이슬란드식 야생 생존의 유쾌한 도전

아이슬란드 연어 손으로 잡기 대회
아이슬란드 연어 손으로 잡기 대회

아이슬란드의 여름은 짧고도 강렬하다. 얼어붙은 겨울의 기억이 막 사라질 즈음, 사람들은 강가로 몰려든다. 그들은 낚싯대도 없고, 미끼도 없다. 대신 두 팔만을 믿는다. ‘연어 손으로 잡기 대회(Salmon Hand-Catching Festival)’는 바로 이 극한의 환경 속에서, 인간과 자연이 맞붙는 이색 행사다. 매년 7월, 아이슬란드 남부의 작은 마을 헬라(Hella) 근처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단순한 생존기술 경연이 아니다. 이것은 아이슬란드인의 유쾌한 생명력, 자연에 대한 경외, 그리고 공동체 정신이 한데 어우러지는 진풍경이다.

대회는 이른 아침, 서늘한 강가에서 시작된다. 참가자들은 두꺼운 니트 스웨터를 벗어 던지고, 수온 8도도 채 되지 않는 강물 속으로 들어간다. 룰은 단순하다. 맨손으로 연어를 잡아 물 밖으로 끌어내야 한다. 도구 사용은 금지되어 있고, 심지어 장갑도 착용할 수 없다. 참가자들이 물속에 잠수하고, 허우적거리며, 뛰노는 모습은 마치 고대 바이킹들이 생존을 위해 물고기를 낚아채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사실 이 대회는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니다. 아이슬란드는 예로부터 연어잡이에 능한 나라였다. 수세기 전부터 이곳 사람들은 작은 강이나 개울에서 연어를 손으로 건져내는 기술을 연마해 왔다. 특히 겨울 식량이 부족할 때, 연어는 귀한 단백질원이었다. 오늘날 이 대회는 그런 전통을 놀이로 되살린 문화적 복원이며, 동시에 관광객과 주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유쾌한 경험이다. 많은 참가자는 외국인이고, 일부는 유명 유튜버나 다큐멘터리 제작자다. 그들의 카메라에 잡힌 모습은 곧바로 SNS에 공유되고, 대회의 열기는 매년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하지만 대회는 단지 ‘잡는 재미’만이 목적이 아니다. 일부 세션에서는 환경 보호와 지속가능한 어업에 관한 워크숍이 병행되며, 연어의 생태와 회귀 경로, 기후 변화의 영향 등에 대한 강연도 열린다. 아이슬란드는 축제를 단순한 이벤트로 소비하지 않는다. 그 속에 학습과 공동체적 책임을 함께 녹여내는 방식은 다른 나라와 차별되는 점이다.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는 행위가 그저 유쾌한 퍼포먼스를 넘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진지한 제의처럼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손끝의 감각만으로 연어와 싸우다 – 전통, 기술, 그리고 순간의 집중력

아이슬란드 연어 손으로 잡기 대회
아이슬란드 연어 손으로 잡기 대회

‘연어 손으로 잡기 대회’의 핵심은 단순한 힘이 아니라, 오히려 정적이고 민감한 집중력이다. 연어는 빠르고 민첩하다. 겉보기에는 느긋하게 헤엄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순간적인 회피 동작으로 손길을 피해간다. 게다가 아이슬란드의 강은 대부분 수심이 얕고 투명하여, 연어는 인간의 그림자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허우적거리며 물속을 헤집는다고 해서 연어를 붙잡을 수는 없다. 그 순간, 가장 필요한 것은 손끝 감각과 인내심이다.

전통적으로 아이슬란드 어부들은 ‘손 물고기 잡이(Fish-Groping)’라고 불리는 기술을 사용했다. 물속에 손을 깊숙이 넣은 채 바위틈이나 수초 근처에 숨은 물고기를 더듬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단순히 물리적 기술이 아니라, 물의 흐름과 온도, 바닥의 구조, 물고기의 움직임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직관의 예술이다. 오늘날 이 전통 기술은 대회의 핵심 전략으로 계승되고 있으며, 일부 참가자는 대회를 준비하며 실제 어민들로부터 ‘멘토링’을 받기도 한다.

심사 기준은 명확하다. 가장 빠르게 잡은 사람, 가장 큰 연어를 잡은 사람,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자세’로 연어를 끌어올린 사람에게 상이 주어진다. 특히 ‘자세 상’은 대회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물속에서 유려하게 움직이며 연어와의 일대일 결투를 펼치는 모습은 마치 수중 발레를 보는 듯하다. 관객들은 물가에 앉아 망원렌즈와 맥주를 들고 응원하며, 때로는 강한 물살에 휘청이는 참가자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흥미로운 점은, 일부 참가자는 아무것도 잡지 못하고도 박수갈채를 받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진심으로 자연과 맞서고, 물속에서 수차례 실패하며 다시 도전하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성공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도하는 태도”라는 말을 대회 관계자들은 자주 강조한다. 그 속에는 아이슬란드인의 삶의 태도, 즉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연 앞에 겸허히 서는 철학이 담겨 있다.

 

손에 남은 물비늘과 함께 – 대회가 남기는 공동체적 기억과 의미

 

‘연어 손으로 잡기 대회’가 끝나면, 참가자들과 관객들은 인근 마을 광장에 모여 축하 피크닉을 연다. 강가에서 잡은 일부 연어는 그대로 즉석에서 손질되어 숯불에 구워지고, 나머지는 생태 보호를 위해 다시 강에 풀어준다. 이때 사람들은 서로의 실패담을 웃으며 나누고, 낯선 이들과 어깨를 맞대며 맥주잔을 부딪힌다. 누군가는 손에 물집이 잡혀 있고, 누군가는 옷이 흠뻑 젖어 있지만, 그 누구도 찡그리지 않는다. 이 대회는 경쟁이 아니라, 연결의 장이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는 인구 40만 명 남짓한 작은 나라지만, 그만큼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축제와 전통 행사를 통해 지역의 결속을 다진다. 이 연어 대회도 원래는 헬라 마을의 어촌 노동자들이 여름철 강을 청소하며 벌이던 작은 놀잇거리에서 시작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은 하나의 문화로 정착했고, 관광객이 참여하면서 지금의 ‘글로벌 지역 축제’로 발전했다.

마을 어르신들은 아이들에게 물고기 손질법을 가르치고, 젊은이들은 SNS에 영상을 올리며 마을을 알린다. 어떤 참가자는 이곳에서 만난 사람과 연인이 되어 다음 해에 다시 대회를 찾기도 한다. 그만큼 이 축제는 단지 이벤트가 아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는데, 대회 기간에는 주변 게스트하우스가 만석이 되고, 지역 식당과 수공예품 가게도 활기를 띤다. 마치 연어의 회귀처럼, 사람들도 매년 이 강으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이 대회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과의 연결을 고민하는 오늘날, ‘지속가능한 축제’의 좋은 예시로 평가받고 있다. 대회 운영진은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고, 연어 보호 구역을 철저히 설정하며, 참여자가 남긴 쓰레기는 반드시 분리수거하도록 지도한다. 지역 주민들도 자발적으로 청소 봉사에 나서며, 이 작은 마을은 대회가 끝난 후에도 더 깨끗해진다.

결국 ‘연어 손으로 잡기 대회’는 단지 낚시의 방식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보여준다. 손으로 느끼고, 온몸으로 도전하며, 실패를 함께 나누는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이 축제는, 우리에게도 ‘무언가를 맨손으로 잡아보는 삶’의 의미를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