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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홀리 축제 - 색의 전쟁을 체험하다

정보주머니1 2025. 7. 2. 15:03

전설과 불꽃에서 시작된 색의 축제: 홀리의 기원과 종교적 의미

인도의 홀리 축제
인도의 홀리 축제

인도의 가장 화려하고 열정적인 축제, 홀리(Holi)는 단순한 색의 축제를 넘어선, 종교적·문화적 깊이를 지닌 전통이다. 인도력으로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팔구나(Phaalguna)' 달의 보름날에 해당하며, 일반적으로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에 열린다. 그러나 이 하루짜리 행사 뒤에는 수천 년의 신화와 공동체적 정신이 숨어 있다.

홀리의 기원은 힌두 신화 속 선과 악의 투쟁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악한 왕 히라냐카시푸는 자신의 아들 프라할라드가 비슈누 신을 숭배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 이에 그는 자신의 여동생인 홀리카에게 프라할라드를 불 속에 태우라고 명령했지만, 신의 보호로 프라할라드는 무사히 살아남고, 오히려 불의 신에게 면역력이 있다고 믿었던 홀리카는 화염에 휩싸여 죽고 만다. 이 이야기에서 유래한 것이 바로 ‘홀리카 다한(Holika Dahan)’이라는 전야제 행사다. 사람들은 축제 전날 밤 모닥불을 피우며 악의 소멸과 정의의 승리를 기념한다.

이후의 낮 행사인 본격적인 '색의 축제'는 다채로운 의미를 지닌다. 이는 크리슈나 신이 연인 라다(Radha)와 그녀의 친구들에게 장난 삼아 색가루를 뿌리던 이야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의 사랑과 유희, 공동체 간의 연대를 기념하는 의미로 확대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화려한 축제가 되었다.

이러한 유래를 바탕으로, 홀리는 힌두교뿐만 아니라 종교를 초월해 전 인도인에게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민족의 축제가 되었다. 신과 인간의 관계를 기리는 동시에, 인간과 인간 사이의 벽을 허무는 이 축제는 신화 속 의미와 일상의 연결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색’은 여기서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계급도, 종교도, 성별도 사라지는 순간을 만들어내는 강력한 상징이 된다.

 

계급과 차별도 잊게 하는 하루: 색가루에 담긴 자유와 해방의 정신

인도의 홀리 축제
인도의 홀리 축제

홀리 축제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화려한 색 때문만은 아니다. 그날만큼은 인도의 뿌리 깊은 계급제도, 성별 규범, 나이, 사회적 위치 등의 구분이 무의미해진다. 온몸에 물감과 가루를 뒤집어쓰고 웃으며 뛰노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누구도 신분을 따지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축제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인도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상징적 전복의 순간으로 기능한다.

인도 사회는 여전히 카스트제와 같은 위계적 질서를 부분적으로나마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홀리 당일만큼은 누구든지 누구에게든 색을 던질 수 있고, 상사와 부하, 노인과 아이,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 사이에서도 웃음과 장난이 오간다. 색가루는 이러한 구분을 지우는 도구이자, 축제의 정신이 실현되는 상징이다. 이는 인도인의 일상 속 억눌린 감정과 규범을 일시적으로 해방시키는 역할도 한다.

홀리 축제에서는 흔히 ‘Bura na mano, Holi hai!’(“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오늘은 홀리입니다!”)라는 말을 주고받는다. 이 한마디는 그날 하루만큼은 장난과 실수가 허용된다는 일종의 면죄부이자, 자유의 선언이다. 때로는 경쟁 관계에 있는 이웃끼리, 냉랭했던 가족 사이에서도 이 말 한마디와 함께 웃음과 화해가 이루어진다.

홀리는 또한 여성에게도 일시적인 해방감을 선사하는 날이다. 보통의 날에는 외부 활동이 제한적인 여성들도 이 날은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하고, 색을 던지고, 물풍선을 던지며 거리의 주인이 된다. 물론 이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도 있어 일부 지역에서는 성희롱이나 무례한 행위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같이 어울려 노는 축제’라는 정신이 강하게 작동한다.

이처럼 홀리는 사회적 틀에서 벗어나 모두가 동등해지는 하나의 거대한 ‘사회적 장난’의 날이며, 웃음과 장난으로 갈등을 중재하는 지혜로운 문화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하루뿐이지만, 그 하루가 전하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눈으로 보고, 피부로 맞고, 영혼이 물드는 축제: 홀리를 직접 체험하다

 

홀리를 직접 체험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말한다. “이건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삶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경험이었다”고. 홀리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 그리고 감정까지 자극하는 전방위적 체험이다. 색가루가 날리는 그 순간, 사람들은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선 듯한 해방감을 느낀다. 거리마다 흥겨운 북소리와 음악이 울려 퍼지고, 얼굴도, 옷도, 심지어 마음도 온통 색으로 물든다.

북인도의 바라나시나 마투라 같은 지역에서는 홀리의 열기가 특히 뜨겁다. 새벽부터 사람들은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붉은색, 노란색, 녹색, 파란색의 구울랄(Gulal, 색가루)을 서로의 얼굴에 바르며 인사를 나눈다. 때로는 물총에 색물을 담아 뿌리기도 하고, 물풍선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전통 북 연주와 함께 민속 춤이 이어지고, 거리의 가판대에서는 ‘탕굴라’와 ‘구자리아’ 같은 전통 간식들이 줄지어 서 있다.

또한 홀리는 단순한 시각적 향연만이 아니라, 미각과 취향까지 자극하는 축제다. 이 시기에는 전통적으로 ‘바항(Bhang)’이라는 대마초 성분이 들어간 우유 음료가 제공되기도 한다. 이는 신 크리슈나가 즐겼다고 전해지는 음료로, 마시면 몸이 나른해지고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일종의 트랜스 상태에 가까운 기분을 느끼게 한다. 물론 요즘은 합법 여부에 따라 금지되는 곳도 많지만, 여전히 전통 마을에서는 바항을 곁들인 홀리가 문화의 일부로 존재한다.

외국인 여행자들도 홀리의 매력에 빠져 매년 수천 명씩 인도를 방문한다. 그러나 처음 경험하는 이들에게는 주의도 필요하다. 색가루는 피부 알레르기나 호흡기 문제를 유발할 수 있어 가급적 천연 가루를 사용하고, 눈이나 입에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또한 물리적 접촉이 많은 축제이기에, 여성 여행자는 단체로 다니거나 지역 주민의 안내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그러나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경험할 가치가 있다. 홀리는 일상에서 경험하기 힘든 종류의 해방감을 준다. 모든 색이 나에게로 날아드는 그 순간, 나는 그들과 아무런 언어 없이도 친구가 되고, 웃고, 껴안고, 춤추게 된다. 그 속에서 느끼는 것은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으로 연결되는 감정”이다. 홀리는, 그렇게 우리를 잠시나마 새로운 세계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