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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벌거벗은 축제 - 하다카 마츠리

by 정보주머니1 2025. 6. 25.

일본의 벌거벗은 축제 - 하다카 마츠리
일본의 벌거벗은 축제 - 하다카 마츠리

하다카 마츠리란 무엇인가 – 전통, 기원, 그리고 믿음의 근원

 

일본에서 매년 열리는 ‘하다카 마츠리(裸祭り, 벌거벗은 축제)’는 그 특이함으로 인해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는 전통 행사이다. 특히 일본 오카야마현 사이다이지(西大寺)에서 열리는 ‘사이다이지 하다카 마츠리’는 이 축제들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하다. 이 축제는 매년 2월 셋째 주 토요일 밤, 매서운 한겨울 속에서 수천 명의 남성들이 거의 알몸 상태로 모여 행운의 부적을 차지하기 위해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의식이다. 참가자들은 흔히 ‘펀도시(ふんどし)’라 불리는 하얀 천 하나만을 허리에 감고, 흰 머리띠(하치마키)를 맨 채로 긴장감 넘치는 열기 속에 뛰어든다.

이 축제의 기원은 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로마치 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전해지며, 당시에는 승려가 신자들에게 부적을 던졌고, 그것을 손에 넣는 사람이 한 해의 행운을 얻는다고 믿었다. 시간이 지나며 부적의 형태는 나무 막대기인 ‘신오쿠(神男)' 또는 ‘신기(木)’로 바뀌었고, 그를 차지하기 위한 의식이 점점 격렬해졌다. 이 나무 막대기는 정해진 시간에 불이 꺼진 어둠 속에서 던져지며, 모두가 그 순간을 기다리다 일제히 몰려든다. 손에 넣은 사람이 “행운의 사내”로 여겨지고, 마을 전체가 그에게서 복을 나눈다고 믿는다.

이러한 종교적·주술적 의미뿐만 아니라, 하다카 마츠리는 공동체의 결속력과 용기를 상징하는 행사로 자리잡았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혹독한 도전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참가를 자원하며, 해외에서도 이 전통을 경험하고자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도 많다. 그들에게 이 축제는 단순한 관람거리를 넘어서, 몸과 마음으로 체험하는 ‘정화의 의식’인 셈이다.

 

한겨울 밤, 펀도시 하나로 뛰어들다 – 참여자 시점의 체험기

하다카 마츠리
하다카 마츠리

처음 하다카 마츠리에 참가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다. ‘벌거벗은 채로 몸싸움을 한다고?’ 처음 들었을 때는 놀라움과 웃음이 앞섰지만, 점차 이 전통이 지닌 의미를 알게 되며 나도 그 한복판에 서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일본인 친구의 추천으로 사이다이지 하다카 마츠리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 경험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일생에 단 한 번 있을 법한 강렬한 통과의례였다.

축제 당일, 오후부터 사이다이지 주변에는 수천 명의 남성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참여자 등록을 마치고 펀도시를 착용하는 순간, 옷을 벗는다는 행위 자체가 내게는 단순한 물리적 탈의가 아니라 심리적 ‘벗겨짐’처럼 느껴졌다. 체면과 체온을 모두 내려놓는 일. 많은 이들이 찬물에 몸을 씻는 ‘미소기(水垢離)’를 하며 자신을 정화시켰다. 그것은 마치 세속의 때를 벗고 새로 태어나는 의식 같았다.

날이 저물고 밤이 되자, 모두가 절 안으로 몰려들었다. 온몸에서 증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수천 명의 남자들이 서로 부딪히며 밀고 당기고, 소리치고, 웃고, 때론 넘어졌다. 전등이 꺼지고 어둠 속에서 두 개의 ‘신오쿠’가 던져졌을 때, 순식간에 상황은 아비규환이 되었다. 눈앞이 캄캄하고, 몸은 눌리고, 뜨거운 숨결이 뒤엉켰다. 누군가가 부적을 쥐고 외쳤지만 그 순간 누가 잡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나 역시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손을 뻗고, 주먹을 내질렀다. 그곳에서는 국적도 나이도 사라지고, 그저 살아 있는 몸 하나만이 존재했다.

그 몇 분이 마치 몇 시간이 된 듯했다. 의식이 끝나고 밖으로 나왔을 때, 온몸은 얼어붙었지만 마음만큼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내 몸과 감정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의식’이었다. 참가자들 모두가 웃고 있었고, 서로를 두드리며 칭찬했다. 고통과 열기 속에서 만들어진 유대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진했다.

 

벌거벗음의 의미 – 전통 속 집단성과 인간성의 회복

 

하다카 마츠리를 겉보기엔 단지 이색적인 이벤트, 또는 관광용 전통 축제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깊은 본질은 일본 문화가 지닌 공동체 중심의 가치와 ‘정화’에 대한 강한 욕망, 그리고 인간 본연으로 돌아가려는 본능적인 열망에서 비롯된다.

‘벌거벗음’은 단순히 옷을 벗는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 지위, 외형, 소속을 모두 벗어던지는 상징적 행위이다. 펀도시 하나만 두른 수천 명의 남성들은 그 어떤 위계도 없이 평등한 존재가 된다. 부자든 학생이든, 회사원이든 외국인이든 이 축제 속에서는 하나의 육체로서만 존재한다. 이는 일본 전통 신토 사상 속 ‘하라에(祓い, 정화)’ 개념과도 연결된다. 하다는 죄나 불순을 씻어내는 것으로, 하다카 마츠리는 개인의 속세의 때를 씻고 집단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의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하다카 마츠리는 남성성과 공동체 정체성을 극대화하는 의례로도 해석된다. 일본 사회가 갖는 집단주의와 질서 속에서, 이 축제는 일시적으로 혼돈을 허용하며 그 안에서 새로운 질서를 경험하게 한다. 밀고 당기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은 마치 삶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그 안에서 인간은 경쟁하지만, 동시에 서로를 지탱하며 결국 함께 생존해낸다.

흥미롭게도, 하다카 마츠리는 오늘날 다양한 논쟁을 낳기도 한다. 과연 전통을 계승해야 할까, 아니면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바꾸어야 할까? 여성의 참여 제한, 안전 문제, 지나친 상업화 등 여러 비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축제는 ‘몸으로 느끼는 정체성’과 ‘공동체적 몰입’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하다카 마츠리는 우리에게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벗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공동체는 어떻게 경험되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