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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푸아뉴기니 화려한 머리장식과 춤

by 정보주머니1 2025. 6. 14.

문화의 향연 속으로 – 파푸아뉴기니의 춤과 머리장식의 첫인상

동부 뉴브리튼 토라이(tolai) 부족의 원추형 머리장식
동부 뉴브리튼 토라이(tolai) 부족의 원추형 머리장식

 

파푸아뉴기니에 도착한 첫날, 나는 일상적인 여행지에서 느껴보지 못한 이국적인 공기를 온몸으로 느꼈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알록달록한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과 피부에 직접 그려진 문양, 얼굴에 칠한 색색의 안료, 그리고 그 위에 우뚝 솟은 깃털 장식들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서, 마치 살아 숨 쉬는 박물관을 걷는 듯한 감동이었다. 관광객을 위한 연출이 아니라, 그들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문화의 일부였기에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내가 방문한 마을에서는 마침 ‘싱싱(Singsing)’이라는 전통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싱싱은 파푸아뉴기니 여러 부족들이 모여 자신들의 노래와 춤, 의상을 선보이는 대규모 행사로,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부족들이 문화적 자부심을 나누며 화합하는 자리다. 축제의 현장은 화려하고 활기찼다. 대나무로 만든 북이 울려 퍼지고, 땅을 울리는 발놀림과 함께 사람들은 일제히 몸을 흔들며 축제의 리듬에 자신을 맡겼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머리 위에 웅장하게 얹은 머리장식들이었다. 각양각색의 깃털, 동물의 이빨, 조개껍질, 나무 조각, 꽃, 털가죽이 복잡하게 엮여 있었고, 이 모든 것이 머리 위에 하나의 조각품처럼 얹혀 있었다.

가까이서 본 머리장식은 생각보다 훨씬 정교하고 섬세했다. 나는 한 노인이 착용한 머리장식을 유심히 살펴볼 기회를 가졌다. 그의 머리에는 파란 낙타새 깃털이 부채 모양으로 펼쳐져 있었고, 중앙에는 조개껍데기로 만든 흰색 원형 장식이 자리잡고 있었다. 깃털 끝에는 붉은 색 염료가 칠해져 있었는데, 이는 부족의 전사들이 전투 전 착용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그 장식을 설명해준 노인은 이것이 자기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며, 마을의 지도자나 용맹한 전사만이 착용할 수 있는 상징이라고 덧붙였다. 단순한 장신구가 아니라, 권위와 영혼, 역사와 기억이 응축된 문화적 상징물인 셈이었다.

머리장식은 부족의 지리적 배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산악 지대에 사는 부족들은 날카로운 매의 깃털이나 가시가 달린 나뭇가지 등, 날카롭고 강인한 이미지를 표현하는 재료를 즐겨 사용한다. 이는 그들이 자연의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삶의 방식과 연결되어 있다. 반면, 해안 지역의 부족들은 바다새의 부드러운 깃털, 조개껍데기, 산호 조각 등 해양 자원을 활용한 장식을 선호한다. 이는 곧 머리장식이 그 부족의 자연환경, 생존방식, 신화적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문화 지도’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머리장식은 춤과 함께했을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 사람들이 북소리에 맞춰 몸을 흔들면 머리 위의 깃털과 장식들이 진동하고 흔들리며 하나의 움직이는 예술 작품처럼 보인다. 이는 관람자에게 시각적 충격을 안겨주며, 동시에 장식의 상징성과 에너지를 더 강하게 전달한다. 춤추는 이들이 마치 조상의 영혼과 연결되어 신성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파푸아뉴기니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충격'이자 '경외'였다. 그저 전통을 보존하는 수준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일상, 의식 속에 문화가 깊숙이 녹아 있었다. 내가 목격한 춤과 머리장식은 단순한 민속공연이 아니라, 공동체의 정체성과 신념, 그리고 조상과의 대화였다. 그 순간 나는 여행자가 아닌 ‘문화의 손님’으로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음을 느꼈고, 그 느낌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부족마다 다른 머리장식의 상징과 정체성

파푸아뉴기니를 여행하면서 가장 매력적이었던 점은, 지역을 옮길 때마다 전혀 다른 문화적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각 부족의 머리장식은 그야말로 하나의 ‘이동식 박물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고도 정교했다. 머리장식은 단순한 미적 요소를 넘어, 부족의 역사, 신화, 전투의 영광, 계급 구조 등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어떤 부족은 깃털을 층층이 쌓아 왕관처럼 표현하기도 했고, 또 다른 부족은 얼굴 위로 높이 솟은 나무 프레임에 깃털과 염료로 그림을 그려놓기도 했다. 모두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머리에 이고 살아가는 셈이었다.

흥미롭게도 이 머리장식은 누구나 자유롭게 착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전통적으로 특정한 의식을 치르거나 전사로 인정받았을 때, 또는 마을 공동체의 중요한 의례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생겼을 때만 이러한 장식을 허용받을 수 있었다. 이는 일종의 사회적 인증이자 권위의 상징이었다. 부족 간 전쟁이 자주 있었던 과거에는, 상대 부족의 머리장식을 빼앗아오는 것이 전투에서의 승리를 증명하는 행위로 여겨졌고, 이는 매우 명예로운 일이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오늘날에도 일부 장식에는 실제 전투에서 얻은 물건이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머리장식은 세대 간 전승의 중요한 매개체이기도 하다. 많은 부족에서는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머리장식을 보관하며, 특정 의례 때에만 그것을 꺼내 착용한다. 이러한 장식은 단순한 장신구가 아닌, 조상의 영혼과 연결되는 매개체이자 살아 있는 유산으로 여겨진다. 내가 방문한 한 마을에서는 노인이 자신의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머리깃을 보여주며, 그것을 착용할 수 있는 순간이 왔을 때 얼마나 감격했는지를 이야기해주었다. 그의 눈빛에서 머리장식에 깃든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머리장식은 부족의 정체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가장 직관적이고 강력한 상징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전통의 춤 속에서 만난 삶의 리듬과 공동체의 의미

춤은 파푸아뉴기니 사람들에게 단순한 예술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일부이며,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나는 여러 부족의 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때로는 직접 참여해보는 경험을 통해 이들이 춤과 노래를 통해 얼마나 깊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춤은 대부분 집단적인 형식으로 진행되며, 북소리와 손뼉, 노래가 어우러진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감정을 나누고, 조상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공동체의 유대를 확인한다. 모든 춤에는 특정한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자연, 조상, 전쟁, 수확과 같은 주제가 있다.

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던 점은, 춤을 출 때 머리장식이 단순히 장식적 요소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에 따라 그것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준다는 것이었다. 깃털 하나하나가 춤꾼의 리듬에 맞춰 떨리고 흔들리며, 마치 그 안에 생명이 깃든 듯한 느낌을 준다. 이는 춤의 메시지를 더욱 강하게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춤의 동작 역시 매우 상징적이다. 발을 구르는 동작은 대지와의 연결을, 팔을 벌리는 동작은 하늘과의 교감을 나타낸다고 하며, 이러한 동작 하나하나에도 자연과 인간, 신화와 현실을 연결하려는 철학이 담겨 있다.

특히 부족 축제에서의 춤은 그야말로 공동체의 정수를 보여주는 장이었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함께 어울려 춤을 추는 모습은, 세대 간의 단절보다는 연결을, 경쟁보다는 협력을 상징하는 듯했다. 어떤 춤은 한 사람이 시작하면 나머지가 따라하며 점차 퍼지는 방식으로, 마치 한 사람의 에너지가 공동체 전체로 확산되는 모습을 형상화하는 듯했다. 나 역시 그 흐름 속에 몸을 맡기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소속감과 정서적 일체감을 느꼈다. 이러한 경험은 파푸아뉴기니의 전통이 단순히 옛것이 아니라, 여전히 생생하게 사람들의 삶을 이끌고 있다는 증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