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6 청각 없는 세상 – 청각장애인의 감각 확장 기술과 문화 1. 감각을 재해석하다: 청각장애인의 세계를 바꾸는 감각 확장 기술 청각장애인의 삶은 단지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으로 단순화할 수 없습니다. 그들의 일상은 비청각적인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식으로 재구성되어 왔고, 이는 현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급격히 발전한 감각 확장 기술(Sensory Substitution Technology)은 이들에게 소리 없는 세상에서도 정보를 풍부하게 받아들이는 창구가 되어주고 있습니다.감각 확장 기술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감각이 제한되었을 때 다른 감각을 활용해 그 정보를 대체하거나 보완해주는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촉각’을 활용하여 소리의 리듬이나 강약을 전달하는 전자팔찌 형태의 기기가 대표적입니다. 미국.. 2025. 7. 19. 수어도 언어마다 다르다 – 세계 각국의 수화 비교 여행 1. 미국수어와 영국수어는 왜 서로 통하지 않을까? – 수어도 ‘언어’다많은 사람들이 수화를 단일한 글로벌 언어처럼 생각하곤 한다. 손동작만 다를 뿐, 보편적인 언어라 믿는 것이다. 하지만 수어는 말 그대로 ‘손으로 하는 언어’이며, 구어와 마찬가지로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 사회 속에서 독립적으로 발달해왔다. 이 점에서 특히 흥미로운 사례가 미국수어(ASL)와 영국수어(BSL)의 관계이다. 영미권이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이 두 수어는 서로 완전히 통하지 않는다.ASL은 사실 미국 독립 초기 프랑스에서 전해진 프랑스수어(LSF)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19세기 초, 청각장애인 교육을 위해 설립된 미국의 첫 학교는 프랑스에서 초청된 교사 로랑 클레르(Laurent Clerc)에 의해 운영되었고, 그가 .. 2025. 7. 17. 입 대신 북 – 고대에는 북으로 소통했다? ‘드럼 언어’의 진화사 1. 고대 인류의 최초 소통 수단, 북(드럼)의 등장과 의미인류가 언어를 사용하기 전부터, 의사소통은 생존과 사회적 유대 형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소리를 통해 상대에게 신호를 보내거나 위험을 알리고, 정보를 전달하는 원초적 수단은 자연환경과 인류 문명의 발전에 따라 다양하게 진화해왔다. 그중에서도 ‘북’, 즉 드럼은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인 의사소통 도구 중 하나로 꼽힌다. 북은 단순히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를 넘어, 먼 거리에서 사람들과 교신하는 ‘드럼 언어’의 역할을 하며 고대 사회에서 필수적인 소통 매체로 자리 잡았다.북의 기원은 인류가 처음으로 동물의 가죽을 가공해 박자를 만들기 시작한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 인류는 자연 속에서 위험을 경고하거나 사냥감을 모으는 등 단순한 .. 2025. 7. 15. 노래하지 않고 부르는 언어 – 아프리카의 ‘휘파람 언어’ 이야기 1. 바람을 타는 말 – 휘파람 언어의 탄생 배경과 기원 언어는 보통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듣는 행위로 이해된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몇몇 공동체에서는 말 대신 바람을 타고 울려 퍼지는 휘파람으로 대화를 한다. 이 휘파람 언어는 단순한 신호가 아니라 실제 문법 구조와 어휘 체계를 갖춘 ‘소리 나는 언어’로, 수천 년에 걸쳐 공동체 내에서 발전해온 독립적인 언어 시스템이다. 특히 서아프리카의 토고, 나이지리아, 가나, 기니 등의 산악 지대와 숲 속 마을에서는 이 휘파람 언어가 오늘날까지도 생생히 사용되고 있다.휘파람 언어의 기원을 파고들기 위해선 먼저 이들의 지리적, 사회적 환경을 이해해야 한다. 아프리카 서부에 위치한 고산 지역은 가파른 계곡과 짙은 숲, 넓은 고원으로 이뤄져 있다. 이런 자연 환경에서는 일.. 2025. 7. 13. 입 말고 눈으로 말한다 – 세계의 ‘수신호 언어’ 문화 탐험기 1. 고요한 언어의 흔적 – 고대부터 이어진 수신호 문화의 뿌리 인간은 언어를 발명하기 훨씬 이전부터 손짓과 몸짓으로 소통해왔다. 우리가 말을 하지 않고도 상대의 감정을 짐작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비언어적 표현이 인간 진화의 핵심 요소였기 때문이다. 특히 ‘수신호’는 문명의 발달과 관계없이 전 세계적으로 독립적으로 발전한 독특한 의사소통 방식 중 하나다. 말로 하기 어려운 상황, 거리나 소음으로 인해 청각 소통이 어려운 상황, 또는 종교나 관습적으로 말을 금지한 환경 등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한 이 시각적 언어는 각 문화권의 지리와 삶의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되며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다.예를 들어, 고대 로마의 검투사들은 경기장 안에서 손가락과 손바닥을 이용해 생사에 대한 결정을 알리는 신호를 .. 2025. 7. 11. 부탄의 츠헤추 축제 축제의 기원과 의미: 시간을 초월한 영적 대축제부탄의 '츠헤추(Tshechu)'는 단순한 지역 축제를 넘어, 부탄 전역에서 국가적 차원으로 치러지는 불교 축제이자 영적 기념일이다. 이 축제는 티베트 불교의 거장 구루 린포체(Guru Rinpoche, 또는 파드마삼바바)를 기리기 위해 열리며, 부탄 사람들에게는 종교적 신심을 표현하고 공덕을 쌓는 가장 중요한 날로 여겨진다. '츠헤추'라는 이름은 부탄어로 '열흘째 날'이라는 뜻인데, 이는 티베트 달력에서 각 달의 10일째 되는 날이 구루 린포체가 나타난 날로 간주되기 때문이다.구루 린포체는 8세기경 티베트와 부탄에 불교를 전파한 인물로, 현지에서는 거의 신격화되어 있다. 그는 각 지역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전해지며, 츠헤추는 바로 그의 이런 현현 .. 2025. 7. 10. 이전 1 2 3 4 5 다음